[오세주의 부모 독서교육칼럼 35] 우리말 고유어를 독서로 들여다보자.
[오세주의 부모 독서교육칼럼 35] 우리말 고유어를 독서로 들여다보자.
  • 이천신문
  • 승인 2020.09.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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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주 강사
오세주 강사

가을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부른다. 하늘은 높고 말도 살찐다는 계절 가을이다. 자연은 푸르름을 더없이 보이고 가을 햇살아래서 익어가 추수를 부르는 계절이다. 필자가 사는 이천에는 설봉공원이라는 아주 멋진 호수가 있다. 공원 사이로 자리한 설봉호수에서 시민들은 걷고, 호흡하며 건강을 지킨다. 산새들의 움직임과 소리도 호숫가 산책시에는 더없이 맑고 기분이 좋다. 풀벌레 소리도 청아하고 메뚜기,
귀뚜라미 소리와 여치와 방아깨비의 장난끼 어린 몸 동작도 웃음을 자아낸다. 하루의 스트레스와 피로도 설봉호수 둘레 산책길을 걷다보면, 행복한 기분이 든다.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인가? 인간이 태어나 살아가는 길은 다양하다. 그 다양함 속에 우리는 안주하기 쉽다. 독서는 그 다양함들을 존중한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전통을 중요시 여겨왔다. 그래서 고유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친근감을 표시한다. 자연이 있는 그대로의 묘사, 즉, 자연을 인간의 삶과 아주 밀접하게 공유하는 생활을 병행해 왔다. 전래동화나 고전의 작품을 보더라도 소재가 인간의 사랑과 선악, 교훈, 전쟁사, 효도 등으로 요약 할수 있다.

우리나라 고유어는 어떠할까? 일단, 친근감이 든다. 꾸미지 않고 그냥 들으면 기억되는 고유어 풀이다. 각 계절에 맞게 고유어가 등장하고 서민들의 삶의 방식에 맞게 고유어가 등장한다.

● 바람에 대한 고유어의 의미와 종류를 살펴보자.

우리가 보통 바람이 '솔솔분다' 라고 한다. 동쪽에서 부는 바람을 동풍, 서쪽에서 부는 바람을서풍, 남쪽에서 부는 바람을 남풍, 북쪽에서 부는 바람을 북풍이라고 한다.

동쪽을 지칭하는 세부적인 바람에는,  우리 고유어로 잎새바람, 샛바람, 명지바람, 소소리바람 이라고 부른다. 서쪽을 지칭하는 바람에는, 하늬바람이 있고 남쪽을 지칭하는 바람에는,  마파람, 잎바람이라고 부른다. 북쪽을 지칭하는 바람에는,  황소바람, 웃바람, 뭍가잔바람, 등이 있다. 우리나라 고유어에서 바람의 영향은 크다. 바닷가 어부들의 고단한 삶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뱃길에는 바람에 따라 죽고 사는 문제가 이어진다.

초가을에 선선히 부는 바람을 "색바람" 이라 하는데, 색바람은 가을 나들이 할때 맑은 하늘 아래 불어서 기분이 상쾌하고 가족들하고 추억 만들기에 좋다. 그런가하면, 바람이 얼굴에 스치고 나뭇잎이 흔들거리는 그래서 바다에 잔물결이 뚜렷이 이는 상태의 바람세기를 우리는 "남실바람"이라고 말한다. 데이트하는 연인들의 모습과 바다를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즐겁다 하는 바람의 세기이다. 지금처럼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큰 시점에 바람은 밤에 차가워지고 뭍으로부터 바다쪽으로 방향을 틀어 부는 바람의 세기인 "뭍가잔바람"이 있다. 보통 바람은 어촌 풍경을 떠올리지만, 농촌에서 무엇보다
바람이 농사짓는데 중요하기에 우리 고유어에도 바람에 대한 이야기나 설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초봄에  제법 차갑게 불어 살속을 파고드는 바람이 있는데, 이 바람을 "소소리바람"이라 부른다. 이처럼 우리 고유어에서 바람이 차지하는 요소는 크다.

● 가을에 대한 고유어를 기억해보자.

가을에대한 고유어의 쓰임새도 다양하다. 초가을에 불어오는 바람이 있다. 우리는 흔히, "건들바람"이라고 한다. 바람이 세지도 않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순한 바람으로 햇살을 받으며 불어온다. 그래서 초가을에 쏟아졌다가 반짝 개는 비가 있는데, 그 비를 "건들장마" 라고 부른다. 오뉴월에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자란 익은 보리를 거두어 들일 때 "보릿가을" 이라 부른다. 보릿고개 시절에는 먹을 거를 구하느라 정신없이 살았지만, 지금은 가족들이 나들이를 한다. 코로나19로 바깥 외출이 어렵긴 하지만, 자연을 감상하며 소곤거리는 바람 소리에 충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가을의 예민한 소리를 들어내는 섬세한 귀라고 부르는 "가을귀" 가 있다. 또한, 성질이 차분하다 를 표현한 고유어 "몬존하다" 라고 부른다. 해마다 명절이면 시골에서 어머니가 하루종일 가마솥에 불을 지피시고 솥뚜껑을 덮는데, 그 솥뚜껑을 "소댕"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고유어는 부드러움과 섬세함으로 묘사가 되어진다. 조상들의 숨은 땀방울 소리처럼 차분하게 구성되구성되ㅍㅜㄴ" 라고 부른다. 그다지 쉽지 않겠는걸, 이란 표현에서 고유어는 "간대로" 라고 부른다. 이른 가을에 알에서 깬 병아리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종종종 걸어가는 아기 병아리를 우리 고유어에서는 "서리병아리" 라고 부른다. 추석이 다가오는데, 이렇게 명절이 오면 조상들은 차례준비를 한다. 햇과일과 햇곡식으로 조상들을 위해 정성껏 준비하고 가을 풍년을 기원하는 염원이 담겨져있다. 이러한 비유를 가리켜 고유어에서는 "떡비" 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가을소리도 정겹다. 찌찌루 찌루찌루 찌르레기 소리가 가을을 부른다. 가볍게 날개를 비비고 움직이는 곤충들의 소리도 정겹다. 후드득 후득후득 움직이는 메뚜기 소리도 윙 윙 하늘을 날아다니며 마음 껏 비행 기술을 뽐내는 잠자리들의 소리도 정겹다. 도토리 굴러가는 가을산의 정겨움도 떠떠굴 소리도 화답한다. 귀뚤 귀뚤 귀뚤이 귀뚜라미의 요술 소리도 정겹다. 풀피리 소리로 빠빠빠 화음으로 보답하는 가을 소리들이다.

우리 고유어를 살펴보면서 필자는 뿌듯하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곰곰하게 생각하니 조상들의 지혜와 식견에 감동을 느낀다. 코로나19로 지친 우리들에게 우리말, 고유어를 통한 독서세상은 정말, 즐겁고 유쾌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외래어를 사용하지 말고 고유어를 사용하여 그안에 숨겨진 이야기들과 소중한 바람 소리들을 기억해보자. 분명, 독서의 길잡이는 고유어를 알아가는 것이다.

● 독서코칭상담메일 : seju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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